방글라데시 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해온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출경쟁력 강화(EC4J)’ 사업이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당초 올해 말 완료 예정이던 이 사업은 내년 6월로 기한이 미뤄졌고, 총사업비도 1,264억 타카로 늘어났다. 초기 계획 대비 34% 증가한 규모다.
EC4J 사업은 세계은행 차관을 기반으로 가죽·신발·경공업·플라스틱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의류 일변도의 수출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방글라데시는 내년 11월 최빈국(LDC) 졸업을 앞두고 있어 수출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사업 진척률은 70~78%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술센터 건립, 부지·장비 조달 난항
계획에 따르면 가질라이르와 카심푸르(가지푸르), 미르사라이(치타공), 시라즈디칸(문싱간) 등 4곳에 기술센터를 세워 중소기업이 최신 설비와 전문 교육, 경영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부지 확보 문제와 장비 조달 지연이 겹치면서 공사가 늦어졌다.
Md 압둘 라힘 칸 상무부 추가비서관 겸 프로젝트 책임자는 “지난해 부지 문제로 석 달가량 공사가 중단됐다”며 “건물이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비를 들여올 수 없어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이 타카당 80~90에서 122~124로 오르면서 비용이 불가피하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의류 의존 심화…다변화 효과 미미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지연이 수출 구조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방글라데시 수출의 82%가량이 여전히 의류에 집중돼 있고, 주요 시장도 유럽연합과 미국에 치중돼 있다.
실제로 2016~17 회계연도 전체 수출에서 의류 비중은 81.23%였고, 2025 회계연도에도 81.49%로 오히려 높아졌다. 그동안 수출 다변화가 사실상 정체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기획위원회 내부에서는 “설계가 허술한 사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고위 관계자는 “사업 지연이 길어질수록 세계은행 차관 상환 부담이 늘어난다”며 추가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LDC 졸업 앞두고 ‘시간과의 싸움’
아부 유수프 RAPID 원장은 “이번 기한 내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며 “LDC 졸업 이후에는 각종 특혜가 사라지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의류 외에 잠재력이 큰 산업을 발굴하고 지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EC4J는 방글라데시가 ‘의류 의존형 수출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내년 6월이라는 새 기한 안에 완공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수출 다변화는 또다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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