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외 수출이 최근 6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 국면에서 베이징이 유리한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9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집계한 예상치(중간값) 6.6%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며, 중국의 수출 증가 흐름이 멈출 조짐이 없음을 보여 준다.
미국 부진, 유럽·동남아가 메웠다
미국향 수출은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며 27% 급락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서의 강한 성장세가 이를 상쇄했다.
EU로의 수출은 3년 만에 최대 폭인 14% 이상 증가했으며, 10개국으로 구성된 동남아 무역권으로의 수출은 거의 16% 성장했다.
“미국의 관세에도 수출이 버텨온 배경은 수출 시장 다변화와 경쟁력”이라고 소시에테제네랄의 그레이터차이나 담당 이코노미스트 미셸 람은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 관세가 무역 전반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고, 이는 중국이 무역 협상에서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데 자신을 주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체 시장 확보로 충격 최소화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대응해 대체 시장을 모색하거나 상품을 간접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시키는 전략을 취해 왔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수요 강세는 향후 트럼프 정부가 미국 발 관세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중국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다소 완화시킬 여지가 있다.
국내 경기 측면에서도 해외 판매 강세는 의미가 있다. 중국은 현재 디플레이션 압박과 주택 수요 및 가격의 하락세 회복 실패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오는 10월 20일 3분기 경제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며, 대부분의 분석가는 상반기 대비 둔화를 예상한다.
다만 강한 1·2분기 실적으로 인해 중국은 연간 성장률 목표인 약 5% 달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데이비드 취 분석가는 “무역 협상은 이제 격랑의 새 국면에 진입했다. 타협으로 가는 길은 좁고 멀다. 미국은 다른 주요국과 무역 협상을 마친 만큼 이제 중국에 더 집중할 여력이 있다. 양측은 격화에 대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 흑자 확대…긴장 속 협상 여지
중국의 9월 수입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7.4% 증가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905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해관 부국장 왕준은 “현재 대외 환경은 여전히 암울하고 복합적”이라며 “외국 무역은 불확실성과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의 높은 기준까지 감안하면 4분기 무역 안정화에는 특히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일정 비율의 희토류가 포함된 제품에 대한 전 세계적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대면 회담을 취소하겠다는 위협으로 맞받아쳤다.
미국 측은 이어 중국 상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모든 중요 소프트웨어”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도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중국이 최근 발표한 수출 통제가 협상의 주요 걸림돌이라는 경고도 병행했다.
‘제조 강국’ 자신감…“필요하면 맞대응”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관세를 100% 인상할 경우 중국산 제품의 실질 관세율이 약 14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무역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의 관세율은 세계 평균보다 25%포인트 높지만,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수출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ING은행 그레이터차이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 송은 “올해 들어 중국은 무역 전쟁을 원하진 않지만, 필요하다면 보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수출의 강인함은 이번 달 협상을 앞두고 중국의 자신감을 키우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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