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로 석유 수출길이 막힌 베네수엘라가 석탄 산업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수년간 가동을 멈췄던 북서부 광산 두 곳에서 생산을 재개하며, 석탄을 새로운 외화 획득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광산 재가동 과정에서 환경 규제는 사실상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질·대기 오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터키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지난 2024년 말부터 석탄 생산을 재개했으며, 올해 1분기 생산량이 약 300만 톤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네수엘라 국영 석탄회사 카르보줄리아(Carbozulia)의 관계자는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연간 생산량이 800만 톤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 수치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석탄 산업이 20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광산은 서리아하 주 북서부에 위치한 파소 디아블로(Paso Diablo) 광산과 미나 노르테(Mina Norte) 광산으로, 현재 이들 광산은 베네수엘라 국영 기업 카르보줄리아와 터키 광산기업 글렌모어 디스 티카렛 베 마덴질릭(Glenmore Dis Ticaret Ve Madencilik AS)이 설립한 합작 법인 ‘카르보투르벤(Carboturven)’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전통적으로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였지만, 미국 정부가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수출 기반이 붕괴됐다. 석유 수출이 국가 예산의 90%를 차지했던 상황에서, 마두로 정부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외화 확보 수단으로 석탄에 주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탄은 현재 미국 및 국제 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며, 국제 거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활용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에너지 밀도가 높은 고품질 석탄을 보유하고 있어, 산업용 수요가 높은 아시아 및 중동 국가에 대한 수출 확대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르보줄리아 내부 문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25년부터 연간 석탄 수출량을 1,000만 톤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파소 디아블로 광산의 한 근로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여러 해외 업체들과 수출 계약이 논의되고 있으며, 특히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이 주요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석탄 산업의 재가동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환경과 주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원주민 지도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광산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 오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과사레(Guasare) 강 유역에서는 광산 활동으로 인해 시안화물, 수은,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다량 방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식수 및 농업용수의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베네수엘라 환경 단체 및 지역 주민들은 “광산 운영에 따른 폐수 관리, 유해물질 방출 억제를 위한 시스템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와 기업이 사실상 환경 보호 의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현지에서 채취한 수질 샘플 분석 결과, 과사레 강 하류 지역의 수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치를 4배 이상 초과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석탄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중 미세먼지와 중금속 입자도 주변 마을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 산업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은 단순한 자원경제 회복을 넘어서 기후 변화와 탄소 중립 목표에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4년 보고서에서 “석탄 산업이 부활하는 신흥국에서는 장기적으로 탄소배출량 증가가 불가피하며, 글로벌 기후 대응에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현재는 경제 회복이 최우선이며, 석탄은 가장 현실적인 자원”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단기 수익에 집착한 석탄 중심의 개발은 국민 건강과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석탄 생산을 통해 단기적인 수익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또 다른 경제적·외교적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탄소국경세(CBAM) 등을 도입한 유럽 시장이나 ESG 기준이 엄격한 글로벌 투자기관으로부터는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한편, 베네수엘라 내무부 산하 환경감시국은 최근 석탄 광산 운영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조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광산 운영 기업들이 환경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즉각적인 조사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석유에서 석탄으로,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전략 전환은 지정학적 제약과 경제 회생이라는 절박한 현실 속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그 대가로 환경과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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