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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메르코스코프] 아르헨티나, 미국과 관세 합의…메르코수르 공동관세 시험대

이찬건 2026-07-12 20:29:00

[심층-메르코스코프] 아르헨티나, 미국과 관세 합의…메르코수르 공동관세 시험대

아르헨티나와 미국이 상호 관세를 낮추는 무역·투자협정을 체결하면서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의 공동관세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협정은 단순한 관세 인하를 넘어 수입허가와 자동차·의료기기 인증, 농축산물 검역, 디지털 무역까지 포괄하고 있어 사실상 광범위한 양자 통상협정에 가깝다는 평가다.

협정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미국산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학제품, 기계류, 자동차, 정보기술 제품, 농축산물 등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한다. 미국도 아르헨티나산 일부 상품에 적용하던 추가 관세를 면제하고, 특정 농산물에는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기준을 충족한 자동차와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산 육류와 가금류에 대한 검역 장벽도 완화할 계획이다.

문제는 아르헨티나가 메르코수르 회원국이라는 점이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이 역외 국가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공동외부관세를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제3국과의 통상협상도 회원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정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미국산 제품에 특혜관세를 부여하면 역내 관세 체계의 일관성과 공동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관세 인하가 회원국별로 허용된 공동외부관세 예외 품목 안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미국산 특혜 대상 품목이 아르헨티나에 허용된 예외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협정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관세뿐 아니라 원산지와 기술규정, 검역, 디지털 무역까지 포함된 만큼 단순히 품목 수만으로 메르코수르 규정과의 충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층-메르코스코프] 아르헨티나, 미국과 관세 합의…메르코수르 공동관세 시험대

특히 미국산 상품이 낮은 관세로 아르헨티나에 들어온 뒤 단순 가공을 거쳐 브라질이나 우루과이로 이동할 경우 우회 수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역내 원산지 규정과 통관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협정이 당장 메르코수르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아르헨티나의 독자 협상이 허용될 경우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도 미국이나 중국 등과 개별 협정을 추진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메르코수르는 공동 통상정책을 유지하는 관세동맹에서 회원국별 예외가 확대된 느슨한 자유무역지대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아르헨티나 수르코노미아플랫폼의 마르틴 카브레라 선임연구원은 “이번 협정은 단순히 아르헨티나와 미국이 서로의 시장을 개방하는 차원을 넘어, 메르코수르가 앞으로 어떤 형태의 경제공동체로 남을지를 가르는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메르코수르가 공동외부관세와 공동 협상 원칙을 유지할 경우 아르헨티나의 독자적 관세 양허는 제한되지만, 회원국별 양자 협상을 폭넓게 허용하면 관세동맹이 느슨한 자유무역지대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핵심은 이번 합의를 예외적 사례로 관리할지, 다른 회원국에도 적용되는 선례로 인정할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심층-메르코스코프] 아르헨티나, 미국과 관세 합의…메르코수르 공동관세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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